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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키 테츠야 x 이사시키 준 x 타키가와 크리스 유우 (테츠준크리)
사와무라 다이치 x 스가와라 코우시 x 아즈마네 아사히 (다이스가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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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억 상실의 시대 (3)
한 소년이 은색 머리칼을 나부끼며 미친 듯이 산중턱을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성난 표정을 한 사람들 한 무리가 위협적으로 횃불을 흔들면서 소년을 쫓았다. 소년은 두려움에 헐떡이며 정신없이 다리를 움직이다 그만 나뭇가지에 걸려 앞으로 푹 고꾸라지고 말았다. 곱상한 뺨에 흙이 묻고 무릎이 까져 옷 위로 피가 배어나왔다. 메고 있던 가방에서 말린 맨드레이크 뿌리와 투구꽃 열매 같은 약초들이 땅에 흩어졌고, 소년은 지저분해진 손으로 서둘러 그것을 주워 담다 뒤를 돌아보았다. 넘어져 주저앉은 자신과 성난 사람들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소년은 눈을 질끈 감은 채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질렀다.
*
스가와라 코우시는 머글을 좋아했다.
그의 부모는 입으로는 세상의 모두가 평등하단다- 라고 읊조리면서 정작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마법사인 아들을 낳아 3대째인 마법사 가문이 되어 순수 혈통이라고 불릴 수 있게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고, 코우시가 순수 혈통이 아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 특히 사와무라 다이치와 아즈마네 아사히는 코우시의 부모에게 눈엣가시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들은 코우시가 머글을 좋아하는 것이 친구들 탓이라고 여기며 꺼려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스가와라는 본래 천성이 상냥한 위인으로 머글과 마법사가 능력과 상관없이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으며, 머글이 곤란한 지경에 빠져 있을 때 들키지 않는 선에서 마법을 이용해 도와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굳이 네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저 사람들은 알아서 잘 살 거야. 어머니의 애써 꾸며낸 말투에도 그는 그저 웃으며 지팡이 끝에서 꽃을 피웠다.
그 날도 스가와라는 홀로 머글들의 마을을 여행하고 있었다. 학교는 이미 졸업한 뒤였지만 직장을 갖기 전 이곳저곳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래번클로 출신으로 본래 머리가 명석했던 그는 특히 약초학과 마법약에 아주 뛰어났고, 덕분에 몸이 아픈 머글을 만나면 능력이 닿는 한 치료를 해 주곤 했다. 누가 그에게 출신을 물으면 의과 대학 다니는 학생입니다,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스가는 머글의 사회에도 밝은 편이었다. 그들은 스가의 친절에 때로는 감사했고, 때로는 낯설어했으며,
“이런 약초는 본 적이 없는데.”
때로는 탐욕적이었다.
- - -
“저기 있다!”
“약초도 있어?”
“경찰은 안 왔지?”
“아까 보니까 이상한 금화도 들고 다니던데.”
스가는 공포로 하얗게 질린 채 품 속을 더듬어 지팡이를 꺼냈다. 학생일 때도 결투용 주문에는 능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아무리 머글이라도 이 많은 사람들과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횃불에 사람들의 얼굴이 무섭게 일렁였고, 그 중 몇몇이 칼과 노끈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스가는 본능적으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무엇인지 모를 주문이 가장 앞장서 있던 남자들 중 한 명의 가슴에 명중했고 그가 자빠지는 것을 본 사람들이 크게 웅성거렸다. 봤어? 역시 인간이 아니야! 괴물이야! 약초만 뺏을 게 아니라 죽이는 게 낫지 않겠어? 죽여! 그냥 죽여버려! 그들과의 거리가 몇 걸음 안으로 좁혀졌다. 스가와라는 신음하며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아바다 케다브라.”
꼭 감은 눈두덩 위로 초록색 섬광이 번쩍하는 것이 느껴졌다. 들을 수 있을 리 없는 주문을 들었다는 비현실적인 충격에 스가는 살짝 실눈을 뜨고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망토와 두건을 쓴, 키가 큰 마법사 하나가 저들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있었다. 저주를 맞은 머글 남자 하나가 쓰러져 죽은 것 같았다. 마법사는 동요 없이 지팡이를 한 번 더 휘둘러 또 초록 섬광을 쏘았다. 한 사람이 더 거꾸러지자 그들은 횃불을 툭툭 떨어뜨리며 혼비백산하기 시작했다. 도망치려다 서로 발이 걸려 넘어지고 산자락에 불이 붙는 아수라장을 향해 마법사는 다시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스가는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켜 마법사의 검은 망토를 붙잡았다.
“안 돼!”
마법사는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을 쏘았다. 스가가 숨가쁘게 제 지팡이를 움켜쥐며 고개를 돌렸지만 쏘아진 섬광은 초록빛이 아닌 붉은빛이었다. 달아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았다. 산을 태우고 있는 불길이 일렁이며 마법사의 얼굴에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의 무미한 표정을 올려다보는 스가의 눈 위로 정돈된 이목구비와 짧고 검은 머리칼이 비쳤다.
“다이치?”
마법사의 눈이 스가의 얼굴을 향했다. 금빛의 눈동자가 불을 받아 번쩍였다.
“아구아멘티.”
마법사는 아직 자신의 망토자락을 붙잡고 있는 스가의 손을 떼어내고 지팡이를 휘저으며 하늘에 거대한 물의 천장을 만들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주문을 몇 개 더 중얼거리더니 마법사는 무섭게 번져가는 산불 위에 폭포처럼 꿀렁대는 물을 쏟았다. 치이익, 하는 연기가 한가득 크게 피어오르며 불이 꺼졌다.
다이치가 아니야. 스가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다이치가 아니라... 공황 상태에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법사는 어느 새 지팡이를 품에 넣고 스가의 어깨 너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 끝에 아까 죽은 두 명의 머글 시체가 있는 것을 알아챈 스가가 조금 헛구역질을 했다.
“당신은 누구죠?”
간신히 힘을 짜낸 목소리를 들은 마법사는 힐끗 스가를 돌아보고는 두건을 벗었다. 아주 강직해 뵈는 얼굴이었지만 어딘지 비인간적인 냄새가 풍겼다. 아무렇지 않게 살인 저주를 두 번씩이나 날리는 걸로 보아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사실 감히 다른 마법사의 눈앞에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마법사는 세상에 단 한 종류뿐이다. 스가는 주먹을 꽉 쥐고 침을 목구멍으로 꿀꺽 넘겼다.
“목숨을 구해 줬는데 고맙다가 아니라 너는 누구냐가 먼저로군.”
“아.. 고맙...습니다....”
“아까 다이치라고 한 것은 마법부의 오러국 국장 사와무라 다이치를 말하는 건가?”
위압적일 만큼 낮고 강한 목소리가 스가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스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 남자의 체격이 다이치보다 더 크고 넓은 것 같았다. 스가가 저항한다는 것을 깨닫자 마법사는 유쾌하지 않은 듯했다.
“대답이 없다는 건 그렇다는 뜻이겠지. 그와 친한 사이인가?”
“...”
“...시시하군.”
스가가 대답하지 않자 마법사는 흥미를 잃었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다시 지팡이를 꺼냈다. 스가는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두 번은 구해주지 않겠다. 나를 봤다는 기억은 잊도록. 오블리비-”
“잠깐만요!”
스가의 목소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는지 마법사는 움찔 놀랐다.
“두 번은 구해주지 않겠다는 게 무슨 뜻이죠? 당신은 누구에요?”
“날 못 알아보겠나?”
“...네...?”
마법사의 표정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뭐, 아무래도 좋다. 이제 그만 기억을..”
“기다려요. 내 말에 대답해요! 왜 죽였죠? 죽일 것까지는 없었잖아요?”
“이상한 물음이군. 저들이 먼저 너를 죽이려고 했다.”
무어라 말을 뱉어보려 하던 스가는 문득 말문이 막힌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호의는 베풀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다. 우리가 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머글에게 숨기고 살아가는지 모르나? 그 사실을 들키면 우리는 시기와 질투와 공격의 대상이 된다. 아까의 너처럼.”
“그렇지 않아요! 나를 구해준 건 고맙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마법사는 다시 스가의 얼굴을 향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금빛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나는 한가한 사람이 아니야. 마을로 내려가서 저 머글들도 처리해야 해. 나를 만났다는 사실만 지워줄 테니 공격받은 기억은 그대로 가지고 가서, 다시는 사람들을 도우러 다니지 마라. 오블리비아테!”
불쾌한 환상이 그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대고 검은 망토를 입은 사내가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져갔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스가는 불타버린 산 속에 홀로 쓰러져 있었다.
*
그 날의 충격에도 스가와라는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머글들에게 공격받았던 기억은 한동안 트라우마처럼 그를 움찔움찔 놀라게 만들어, 스가가 머글들을 돕는 것은 그 횟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위험해 보이지 않는 어린 여성 정도가 스가의 호의를 받는 몇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한편, 아주 이상한 일이었지만 검은 머리의 마법사에 대한 기억은 온전히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와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볼 때마다 어렴풋이 그때 어떤 사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싶은 기시감이 들 정도로 옅어지긴 했으나, 분명히 찌꺼기처럼 눌어붙은 기억을 스가는 몇 번이나 되살리려 노력했고 실패했다. 마법사의 본능적인 육감이 기억 속의 남자를 일깨워야만 한다고 그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그 홀로 평화로운 나날들이 흘러가자 스가는 다시 느긋해지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의 숲에서 뿔 달린 민달팽이와 어린 뱀의 송곳니를 구해 종기 치료제를 만든 스가는 점점 더 머글들의 마을 가까이로 내려가는 일이 많아졌고, 이상하게도 검은 머리 마법사에 대한 기억 역시 그의 여유에 상응하듯 희미해지며 어떤 형체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사라져 갔다.
“형은 마법사야?”
시골 마을의 길가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잠시 불꽃을 만들며 쉬고 있던 스가에게 한 아이가 말을 걸었다. 스가는 화들짝 놀라 지팡이를 숨겼다.
“응?”
“아까 불꽃 만드는 걸 봤어.”
아이는 더러운 소매로 코를 닦았다. 스가는 당황한 듯 살짝 웃었다.
“그건 그냥 불꽃놀이 폭죽이야.”
“난 심심해. 나도 불꽃놀이 하고 싶어.”
아이가 조르기 시작했다. 스가는 잠시 고민하다 가방에서 강낭콩 젤리 한 봉지를 꺼냈다. 더 맛있는 과자를 주고 싶었지만 그것밖에 없었다.
“자. 이거 먹어. 폭죽은 다 써 버렸어.”
아이는 신기한 듯이 과자를 바라보다 뭉툭한 손으로 한 움큼을 집어 입에 넣더니 얼굴을 찡그리며 퉤퉤 뱉었다.
“맛없어!”
스가는 빙긋 웃으며 아이에게서 젤리 봉지를 도로 받았다. 아이의 더러운 옷 사이로 배꼽 부근에 빨갛게 고름이 찬 종기가 보였다. 스가는 아이의 옷을 들춰 보았다. 불거지고 꽤 오랫동안 방치했던 것인지,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곪아서 썩을 것 같았다.
“저기, 아가야. 여기 앉아 볼래?”
스가는 자기가 앉아 있던 바위에 아이를 번쩍 들어 앉히고는 가방을 뒤져 종기 치료약을 꺼냈다. 다행히 세 번 정도 쓸 양이 남아 있었다. 막대로 약을 떠서 아이의 환부에 조심스럽게 발라 주자 아이가 쓰라린 듯 징징대는 소리를 냈다.
“켄타로! 얘가 어디...!”
멀리서 팔다리를 걷어붙인 남자 하나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그들을 발견했다. 스가는 서둘러 약을 가방에 넣어 숨겼다. 남자는 발을 쿵쿵거리며 성난 듯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발소리에 스가는 자신의 심장도 쿵쿵대는 것을 느꼈다. 저런 식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너무 무서웠다. 달아날 생각으로 가방을 메려는데 남자가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아빠!”
“켄타로! 당신, 아까 내 아들한테 뭔 짓을 했지? 똑똑히 봤어!”
“이... 이거 놓으세요.”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여!”
“아빠, 아니야! 저 형이 나 약 발라 줬어!”
아이가 옷자락을 들어 아버지에게 배꼽을 보였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아이의 배를 보더니 깜짝 놀라 아들과 스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종기가...?”
“저 형이 무슨 약을 발랐는데 아픈 게 쏙 들어갔어! 저 형은 마법사야!”
스가는 가방끈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여차하면 장애 마법을 쏘고 뛸 참이었다.
“마법사?”
남자의 표정이 누그러졌다.
“당신은 의사요?”
“...”
“미안하게 됐수다. 아들을 공격하는 줄 알고...”
“...”
“저, 의사라면 말인데, 식사랑 숙소를 대접할 테니 우리 마을에 큰 어르신이 많이 아프신데 좀 도와주고 갈 수 없겠소? 마을 사람들이 다 좋아 뫼시는 분이라 꼭 병이 낫으셨으면 좋겠어서 그러우. 여긴 의사 보기가 힘든 촌구석이라...”
남자는 머쓱한 듯 스가의 어깨를 잡았던 손을 놓고 다소 불안한 얼굴로 살피듯이 말을 꺼냈다. 스가는 손에 주었던 힘을 풀었다. 아주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나 같아도 아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배를 보여주는 것 같으면 놀라서 달려오겠지. 딱 하루만 묵고 간다면 별 일이 있을까 싶었다. 스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히 환자의 상태는 스가의 마법으로 치료가 가능한 정도였다. 스가는 방 하나를 빌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잠그고는 냄비를 꺼냈다. 약초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긴 후로는 그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이방인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된 탓이었다. 재료를 넣고 약불에 냄비를 지글지글 끓이다 약이 녹색으로 변하자 스가는 지팡이를 들어 몇 가지 주문을 외었다. 옅은 연두색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 트롤의 코딱지를 냉이즙에 비빈 것 같은 – 약을 환자에게 가져가자 환자는 숨을 쌕쌕 몰아쉬면서도 미심쩍은 눈으로 스가를 한 번 바라보았다. 괜찮으니 드세요. 환자의 목구멍으로 약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 정말 신기하구만, 어떻게 금세 열이 내릴 수가 있나?”
“도대체 뭘로 만든 약이오?”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 듯 편한 얼굴로 자고 있는 환자의 방에 몰려들어 저마다 스가에게 말을 걸었다. 처음 스가와 만났던 남자아이가 그를 빤히 쳐다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내가 말했잖아요. 저 형은 마법사라고.”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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