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패션쇼의 시작의 단], [5학년의 전원집합의 단], [패션쇼 예산회의의 단], [1학년 하반의 회의의 단] 에서 이어짐
- 케마이사
- 몬센
- 쵸코헤쵸
- (약간) 단쇼
[6학년 올캐러 중심]
패션쇼의 개최의 단
by. 카루린다카렌
패션쇼 개최 준비로 시끄러웠던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실수로 키하치로가 옷을 찢은 걸 본 타키야샤마루가 드물게 분노 게이지 100% 상태가 됐다거나, 염색을 한답시고 쌍닌이 하치자에몽의 머리에 덤벼들었다가 타카마루한테 빗으로 앙갚음 당했다거나, 사몬이 옷을 잃어버려서 사쿠베가 친히 구덩이에 파묻었다거나, 키리마루가 여염집에서 공짜로 얻은 천들을 학원생들한테 팔았다거나...) 한 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개최 당일날이 되었다. 새벽닭이 여명을 알리고 잠에 취한 헤무헤무의 잠에 취한 것 같은 종소리가 울리자 학원은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듯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웬일로 일찍 일어난 코마츠다는 요시노 선생님과 함께 학원 대문에 『 패션쇼 대회 』플래카드를 건 후 레드카펫을 깔았다. 양치하러 가다가 그 광경을 목격한 야마다 선생님과 도이 선생님이 "오늘 외부인도 출입해요?!" 하고 묻자 코마츠다는 "원장 선생님이 그러라고 하셔서..." 라고 대답했다. 도이 선생님은 이곳이 닌자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외부인이 몇이나 될까 궁금해졌다.
「 아. 아. 원장실에서 알립니다. 오시(오전 11시~ 오후 1시)가 되면 학원생 전원은 뜰로 집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씻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밥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오늘 하루를 준비하던 닌술학원 전체에 원장선생님의 방송이 들려왔다. (닌타마 란타로에서 무로마치 시대에 다중방송 가능한 확성기가 어떻게 존재했나요? 라는 질문을 하면 지는거다.) 수돗가에서 양치질을 하던 토메사부로는 입을 헹군 물을 시원하게 바닥에 흩뿌렸다. 물방울이 튀어 몬지로가 정색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드디어 일주일 간 준비했던 패션쇼를 선보일 날이 왔다! 이사쿠는 자기보다도 먼저 일어나 밥을 먹으러 나갔었으니 지금쯤이면 방 안에서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었다. 토메사부로는 한달음에 기숙사로 달려가 방문을 열었다.
"이사쿠!"
"응?"
꿀꺽.
토메사부로는 기모노를 입고 머리를 풀어내린 채 화경으로 얼굴을 비춰 보는 이사쿠를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입술색을 찍어 바르고 있던 모양인지, 이사쿠는 어린 소년처럼 미소를 띠고 화경을 가리키며 쿠노이치들에게 빌린 것이라 했다. 여장할 거라고 그러니까 비웃는 건지 한참을 깔깔대더니 그럼 연분지도 필요할 거라면서 몇 첩 가져가라 하더라고. 이사쿠가 쑥쓰럽게 머리를 긁적이자 토메사부로는 약간 가슴이 들뜨는 기분이 들었다.
"이사쿠."
"왜?"
"엄....왜 평소 여장할 땐 그렇게 화장 안 해?"
"응? 나, 지금 평소처럼 화장 하고 있지 않아?"
"전혀....아닌데?!"
"그래?? 왜 그러지...?? 분명히 평소랑 똑같은데...?? 흐응, 토메사부로, 나 이상해서 그래?"
아, 아냐!!! 훨씬 좋아!!!! 하나도 안 이상해!!!! 훨씬, 훨씬 훨씬 예뻐!!!! 그니까, 평소에 니가 안 예쁘다는 건 아니지만, 안 이상해, 전혀, 절대로!!!! 토메사부로는 열심히 손을 내저었다. 이사쿠는 그렇다면 다행이야, 하고는 다시 입술을 바르기 시작했다. 저런 화장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대체 이제까지 본 그 괴랄한(..) 쿠노이치 변장에 여장들은 다 뭐였는지 급 궁금해졌다. 이사쿠의 저 모습을 닌술학원 모두가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열이 받는 토메사부로였다.
드륵ㅡ
"이사쿠, 토메사부로ㅡ"
"뭐야!"
때문에 문이 예고없이 열리자 급히 토메사부로가 뒤돌아서 쿠나이를 겨눈 것은 과장된 반응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대는 ㅡㅡ' 하는 표정으로 쿠나이를 들어올린 토메사부로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역시 여장을 마친 센조였다.
"호오,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냐? 몬지로랑 싸우는 걸로도 모자라서 같은 방인 나까지 때려 눕히시겠다?"
"....ㄱ....그런거 아냐!!! 잠깐 긴장해서 그랬어."
"대단한 긴장 납셨네. 쿠나이나 내려, 선단 공포증 생기겠다. 준비 끝났으면 빨리 예행연습 해 보게 나와. 오시까지 아직 이 각(1시간) 정도 남았어. 분장한 거 지울 시간도 필요하니까 최대한 빨리 해야돼."
"알았어, 근데 아직 안 끝났어. 나도 옷 갈아입어야 돼. 미안, 좀만 기다려봐."
토메사부로는 한번 이사쿠를 쳐다보다가 재빨리 대답하고는 센조의 면전에서 문을 닫았다. 센조는 다소 어이 없는 얼굴로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던 몬지로를 돌아보았다. 상투를 틀어올리고 건장한 노동자(...)로 변장한 몬지로는 뭐가 불만인지 그늘에 숨어 있었다.
"쟤 왜 저러냐?"
"하여간 용구위원장, 행동 굼뜬 걸로는 이 학원 최고지."
"ㅡㅡ 그러는 몬지로 너는? 누가 여장할지 결정하는 걸로만 이틀 넘게 걸렸구만..."
"야, 센조, 솔직히 당연히 니가 여장하는거 아니었냐? 이 닌술학원 사람들한테 다 물어봐라, 니가 한다고 하나 내가 한다고 하나! 누가 봐도 니가 여장한게 훨씬 자연스럽고 예, 예쁘고ㅡ"
순간 몬지로는 말을 더듬으며 눈을 돌렸다. 그런 몬지로를 투시하듯 쳐다보던 센조는 아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너,뭐가 웃기냐! 귀가 빨개진 몬지로가 쏘아붙이자 센조는 더 크게 웃었다. 이거 정말 솔직해서 못 쓰겠네. 내가 예쁘디? 센조는 몬지로의 볼살을 잡아 늘리며 킥킥댔고 몬지로는 그런 센조의 눈을 피한 채로 그러지 마, 하고 손을 저었다. 뭐ㅡ, 반응이 이 정도로 귀엽다면 자존심 좀 죽이고 여장을 해준 데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도 있을 법했다.
"몬지로. 잠깐 고개 좀 돌려봐."
"싫어."
"아, 몬지로오. 내가 부탁하잖아."
"...왜ㅡ"
"오! 몬지로! 센조! 거기서 뭐 하냐!"
센조의 입술이 몬지로에게 가 닿으려는 순간 코헤이타의 호쾌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센조는 빡친 얼굴로, 몬지로는 (은근하게 빡친) 미묘한 얼굴로 동시에 코헤이타를 돌아보았다. 정말 유쾌한 아낙네(..)로 분장한 코헤이타가 씩 웃으며 브이를 그려 보이고 있었다. 그 오른쪽 뒤에서 푸른색의 세련된 사무라이 옷을 입은 쵸지가 나타났다. 쵸지는 자기보다 중지손가락 두 개만큼 작은 코헤이타를 흘긋 내려다보고는 무표정으로 왼팔을 들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코헤이타 역시 유쾌한 표정으로 오른팔을 돌려 쵸지의 허리를 껴안았다. 심히 자연스러운 스킨십에 6학년 이반 페어는 다소 충격받은 듯했다.
".........모소모소모소........."
"...엉? 쵸지 뭐라고?"
"아!! 쵸지가 말하길 부부라면 더 다정한 스킨십을 해야 하는 거라고,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말라고 하는군!!!!"
"뒤 얘긴 내가 한 말이 아냐..."
그때 하반 기숙사의 문이 열리며 다소곳한 기모노를 차려입은 이사쿠와 단조네 가게의 세이하치처럼 운송업자로 변장한 토메사부로가 나왔다. 6학년 전원은 새삼스레 자신들의 내추럴한 변장 실력에 감탄하며 빠르게 예행연습을 마무리했다.
* * * * *
"오늘의 패션쇼는 학년별 경기로 진행된다!!! 우승한 학년에게는 5일의 휴식과 새 옷을 지급하도록 하겠다!!!!"
원장 선생님의 의외로 짧은(?) 개회사와 함께 쿠노타마 측에서 해설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은 쿠노타마도 참가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 있었지만, 그럼 너무 당연히 쿠노타마의 압승이라는 시나 선생님의 뭔가 납득가는 주장으로 무산되었다.)
시작은 1학년부터였다. 하반의 거지 패션(...)과 이반의 도련님 패션, 그리고 로반의 시종(...)패션은 의외로 꽤나 볼만했다. 물론 눈물을 머금고 신나 있는 거지들을(...)이끄는 쇼자에몽을 보며 도이 선생님이 하필 거지를 선택했냐고 꺼이꺼이 눈물을 흘린 해프닝도 있었다. (내 새끼들이 거지라니!!! 거지라니!!!!) 유일하게 이스케가 쇼자에몽과 함께 쪽팔려해 주었고(...) 단조는 하반과 쇼자에몽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눈을 번득이며 덴시치와 사키치를 째려보고 있었다. (그 둘은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패션쇼를 즐기고 있었는데 말이다) 키리마루는 그 중 제일 신이 나서 으헤헿헿헿헿 하고 웃으며 동전을 받아들었다. (물론 가짜였다.)
1학년의 패션쇼가 끝나고 나서 (킨고와 키산타는 온몸에 민달팽이를 붙이고 나와 추가점을 얻었다) 그리고 차례로 2,3,4,5학년의 패션이 공개되었다.
2학년은 아예 훈도시만 두른 채 수영 선수로 분장했다. 사부로지의 강한 의견주장과 이러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었으나 사콘은 상당히 창피한 모양인지 나뭇잎으로 조금이라도 몸을 가리려고 애썼다. (그걸 본 사부로지는 지금 뭐 하는 짓이냐며 당당하게 앞에 나오라고 사콘을 잡아 끌었다.)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 시로베는 눈으로 사부로지를 쫓으며 행동을 따라했고, 큐사쿠는 은근히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본 노무라 선생님은 속으로 패션쇼에 아무것도 입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사스가 내 제자들!!! 하며 좋아했다.
3학년은 전부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大田' 이라는 글자가 쓰인 흰색 상의와 3학년 색깔인 연둣빛의 바지였다. 여섯 명이 강단에 나와 일렬 횡대로 차렷을 섰고 (사몬은 옆을 보고 서서 토나이가 잡아주어야 했다) 사쿠베가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옷에 대해 설명했는데, 고아 설정이라고 하며 '大田(다이다)' 라는 고아원의 아이들이라고 했다. 선생님을 잃어버린 아이들인 척 하면서 울망울망한 눈으로 길을 물어보면 그 누구도 닌타마라는 예상을 하지 못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쿠베의 허리에는 사몬과 산노스케를 잡아두는 끈이 묶여 있었다. 화려함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쿠노타마 토모미의 질문에는 마고헤이가 "심플함의 집합이야말로 화려함의 정석이죠!" 라고 대답함으로써 박수를 받았다. (임기응변에 가까웠지만 뭐 나름 괜찮은 대답이었다.)
4학년은 (예상했던 대로) 3학년과 정 반대였다. 말 그대로 무슨 연예인이라도ㅡ 떠올린 건지ㅡ 머리 모양들은ㅡ 또 왜 그 모양인지ㅡ 요란한 빨간색 상의에 보라색과 흰색이 어울린 하카마, 노리끼리한 겉옷을 두르고 꽃을 조각한 나막신까지 신은 타키야샤마루와 상의와 하카마를 반대로 코디한 키하치로가 (상상 속의) 레드카펫을 걸으며 관객들에게 껍질 벗긴 사탕을 던져 주었다. (키하치로는 약간 관심 없는 표정이었다) 둘의 머리모양은 기상천외한 2000년대 동1방신1기의 사자머리였는데, 앞머리 컬은 살아 있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던져주었다. 뒤이어 나타난 미키에몬과 슈이치로는 위풍당당하고 볼륨감 개쩌는 옷을 입고 있었다. 보형물을 넣어 있는 힘껏 날개처럼 펼친 소매와 바짓단은 약간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다. (본인들은 본인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는 듯했다) 무엇보다 미키에몬의 헤어스타일은 상당히 경이로웠는데, 그것은 레게 머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평소 복장을 입은 타카마루가 쑥스럽다는 듯이 하하하 웃으며 나타났다. ("저는 미용사에요! 제 작품들이죠! 전 저 자신이 패션쇼의 예술품이라 생각해요!" 패션쇼를 구경온 타카마루의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었다.)이런 복장을 입은 목적이 무엇입니까? 라고 토모미가 묻자 미키에몬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멋지니까!" 라고 답했다. 다른 4학년들은 (스스로의 멋에 심취해서) 그 답을 고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음은 5학년이었다. 4학년의 임팩트 때문에 그닥 눈에 띄지 않을 듯 하다 ㅡ 는 장내의 분위기는 선두로 헤이스케가 등장하자마자 바뀌었다. 단정한 흰색 도복을 입은 헤이스케의 손에는 바이올린이 들려 있었다. 역시 흰색 도복을 입은 다른 5학년들의 손에도 악기가 들려 있었는데, 사부로는 클라리넷, 라이조는 플루트, 하치자에몽은 색소폰, 칸에몽은 비올라였다. 유랑극단 컨셉을 생각했으며 악기 연주를 공부했다는 말에 모두가 감탄의 휘파람을 불었다. ("그래서 그렇게 5학년 기숙사가 시끄러웠구나!" 하며 이스케가 중얼거렸다.) 착실하게 반별로 이반은 현악기, 로반은 관악기였다. 악기를 어떻게 구매했냐는 질문에 헤이스케는 잠시 움찔하며 (사실 이 패션쇼가 끝나면 5학년들은 전부 일주일 내내 알바를 뛰어야 했다.) 구경하러 온 악기 대여점 아저씨를 소개해 주었다. (무로마치 시대에 어떻게 그런 서양 악기들이 있냐고 묻는 것은 앞서 말한 확성기에 대해 묻는 것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이다.)
그렇게 무난한 패션쇼가 끝자락에 다다르고 있었다. 5학년 등장까지만 보고 분장하기 위해 대기실에 들어와 있던 토메사부로는 이제 드디어 6학년 순서라는 말에 잠시 참고 있던 호흡을 뱉었다. 이사쿠와 센조, 코헤이타는 이미 분장을 하러 가고 없었다.
"어이, 몬지로."
"왜."
"5일 휴가 받으면 뭐 할거냐?"
"단련한다."
"멍청한 놈. 니가 그러니까 안 되는 거야."
"지금 단련을 무시하는 거냐?!"
"가끔은 머리 식힐 줄도 알아야 한다고. 시간 나면 센조랑 얘기나 해 봐라."
".....토메사부로 너 무대 나가기 전에 나한테 죽고 싶냐?"
"........모소모소모소......"
"뭐라구 쵸지?"
".......밖이 이상해."
쵸지의 말에 두 사람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다물었다. 어딘가 다급한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군거리는 소리와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뭔가 잘못된 것이 확실했다. 토메사부로와 몬지로는 서로 바라보고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대기실 천막문을 열었다.
"....리키치 형?"
전열이 흐트러지고 요란해진 대회장 한가운데 다급한 표정의 리키치와 그 팔을 잡고 있는 도이 선생님이 보였다. 리키치는 다급하게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 토메사부로, 몬지로, 쵸지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술렁거리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
리키치가 하는 말을 들은 세 사람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러니까, 시간 화약이 묻혔다구! 이 주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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