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야기 [패션쇼의 시작의 단], [5학년의 전원집합의 단], [패션쇼 예산회의의 단] 에서 이어집니다
- 단쇼
- (아주 조금) 킨헤이
[1학년 하반 올캐러]
1학년 하반의 회의의 단
by. 카루린다카렌
몬지로의 (따지고 보면 센조의) 판결에 신이 난 것은 1학년들이었다. 그 자리에서 몬지로가 예산회의를 파하고 회계위원(과 눌러붙어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자 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들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자신들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반면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단조와 사키치, 쇼자에몽과 히코시로는 안녕히 계십시오!!!! 라는 인사까지 힘차게 하며 머리를 싸매고 누운 몬지로를 두고 방을 나왔다. 문을 닫자마자 네 사람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얏호오!!! 1학년 예산이 엄청 늘어났다!!!"
"타치바나 선배 만세!!!!"
"역시 최고참 선배님은 뭔가 다르다니까!!!!"
"헌데 쇼자에몽, 하반은 패션쇼 때 뭐 할 거야?"
히코시로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화기애애하던 네 사람 사이에 전연 긴장된 기운이 흘렀다. 본디 라이벌인지라 사이가 좋지 않은 1학년 이반과 하반이었다. 아무리 학년별로 성적을 매긴다 하더라도 학급 인원 수부터가 많은 만큼, 1학년들은 다른 학년에 비해 반별로 진행될 것이 뻔했다. 단조는 벌써 사키치를 향해 찌릿찌릿한 눈빛을 발사하며 쇼자에몽을 끌고 달려갈 듯 쇼자에몽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쇼자에몽은 어깨에서 단조의 손을 잡아 내리면서 어색하게 하하하 웃었다.
"그....글쎄? 이반은 뭐 생각해본 거 있어?"
"어? 어....어어!! 어....글쎄....우리도 곧...얘기해 봐야지!!!"
"그...그래! 학년별 경기니까, 좋은 의견 내서 잘 의논해....봐야지!"
"으...응! 로반하고도 얘기해 봐야 되고...! 하하하, 가서 애들이랑 얘기하고.... 학급위원장들끼리 만..만나볼까?"
"그...그러자! 그럼 어서 가서....얘기하자!"
쇼자에몽과 히코시로가 이야기를 끝내기 무섭게 단조와 사키치는 서로에게 찌릿찌릿한 눈빛을 한번 쏘아주고는 각각 자신들의 학급위원장을 끌고 기숙사로 향하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히코시로와 사키치를 뒤돌아보며 쇼자에몽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전투말마냥 직진하고 있는 단조를 보니 우습기도 했다.
"단.."
"쇼자에몽!"
"어..왜??^^;"
"우리가 뭐 하기로 했는지 히코시로한테 말해주지 마!"
"어...엉? 왜? 이건 학년 대회잖아? 아무리 반 팀이라도 같이 의논해야ㅡ"
"이반 애들, 틀림없이 우리 하반이 뭘 정하든 간에 비웃을 거라구. 쇼짱이 대표로 가서 무시당하는 건 싫어! 쇼짱이 무시당하는 건 하반이 무시당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야."
"그치만..."
단호한 단조의 말에 쇼자에몽은 뭐라 대꾸를 하려다가 픽 웃으며 그만두고 말았다. 히코시로가 자신을 비웃을 것이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단조가 이해되기도 했고 나름 뭉클하기도 했다. 쇼자에몽은 하반의 아이디어가 절대 무시당하지 않게 열심히 회의를 해 보겠노라 마음먹었다. 그런 생각에 젖은 탓이었는지 쇼자에몽은 단조의 귀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 * * * *
"수련중인 스님이나 도인이 좋아! 아무도 안 건드릴 거 아냐?"
"오히려 무사 쪽이 덜 건드리겠지! 그렇게 대놓고 검을 차고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할거 같잖아?"
"아 참 산지로, 킨고, 이건 패션쇼라구. 민달팽이들을 어깨에 하나씩 올려놓으면 좋은 패션이 될 텐데."
"키산타, 그런 건 패션이 아냐. 차라리 다같이 운송업자 코스프레를 하면 어때? 하카마만 안 입으면 돼!"
"아니지 아니지. 그럴 바에야 주먹밥 장수나 엿장수로 변장하면 감쪽 같고 예쁠 것 같은데~"
"키리마루 넌 패션쇼를 하고 싶은 거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은 거야!"
....라고 생각했던 쇼자에몽이었지만, 회의를 시작하자마자 그 작은(?) 소망마저도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에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다. 누구 하나 우리들이 열 살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구나. 그리고 이건 패션쇼라구!!! 눈에 안 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는 것도 중요하단 말이야!!!! 쇼자에몽은 그나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헤이다유와 란타로에게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 글쎄, 아직 생각을 많이 못해봤어ㅡ^^;;"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쇼자에몽의 이마에 몬지로마냥 핏줄이 솟았다.
"헤ㅡ이ㅡ다ㅡ유ㅡ!!!!!! 졸지 마!!!!!!"
"으어?"
눈을 뜨고 졸고 있던 헤이다유는 쇼자에몽의 목소리에 놀라 퍼뜩 깨어나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곁에 앉아 있던 킨고가 헤이다유를 받쳐 주었다. 킨고에게 기댄 헤이다유가 혀를 빼문 채 헤, 하고 방긋 웃자 쇼자에몽은 마른 세수를 했다. 그나마 가장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이스케가 쇼자에몽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그 꼴을 지켜보고 있던 단조가 입을 열었다.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패션쇼잖아. 패션쇼면 눈에 띄는 복장을 해야 되는 거 아냐?"
"이사쿠 선배한테 들었는데, 눈에 띄면서 눈에 안 띄는 복장이어야 한댔어."
"어떻게 눈에 띄면서 눈에 안 띌 수가 있지?"
"눈에 띄면서 눈에 안 띄는 거라면 오바케나 모노노케 같은데?"
생각 없이 던진 듯한 란타로의 말에 쇼자에몽을 포함한 하반 모두가 그쪽을 향했다. 란타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당황하며 서둘러 손을 내저었다.
"노, 농담이야, 농담! 담력테스트도 아니고 패션쇼에서 귀신 분장을 하면 좀 그렇지 않겠어? 하하하핳하!"
"아냐. 좋은 생각이야."
쇼자에몽은 단호히 손을 들었다.
"자고로 귀신이란 것은 존재한다고 믿어지지만 결코 그 정체를 드러낸 적은 없는 존재들이지.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눈에 보이기도 해. 만약 적군이 귀신을 본 적이 없다면 귀신 분장을 한 우리를 보았을 때 일단 너무 무섭고 놀라울 테니까 그게 우리라고 생각할 겨를이 없을 거야! 설령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해도 본 적이 있으니까 그 귀신이 우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지. 그렇다면..."
"잠깐, 잠깐."
쇼자에몽의 일장 연설에 신베가 제동을 걸었다. 회의 중에 신베가 (먹을 것 이외의) 발언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으므로 모두의 눈이 금세 신베에게로 쏠렸다. 신베는 말을 가로막고 나선 게 쑥쓰러운지 몇 번 헛기침을 했다.
"그치만 귀신으로 변장한다면, 가다가 누구랑 부딪히거나 넘어지면 어떻게 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신베가 엄청 오랜만에 일리있는 말을 하네. 나도 귀신 분장은 좀 어렵다고 봐."
"나도 그래."
"나도."
"나도야."
킨고의 말을 시작으로 하반 아이들의 조심스러운 반대표가 던져지자 쇼자에몽은 입맛을 다셨다. 그냥 패션쇼라고 하면 귀신 분장을 꼭 해보는 건데, 닌자의 패션쇼인게 문제가 된다고 할까나. 하치야 선배에게 최근 변장술을 배우고 있는 터라 여우가면을 꼭 써보고 싶었지만, 신베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쇼자에몽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ㅁㅡ"
"그렇다면 우리 거지 분장 해보는건 어때!!!!!!!!"
거지 분장?
쇼자에몽을 포함한 하반 아이들의 당혹스러운 눈이 손을 번쩍 쳐들고 일어선 키리마루를 향했다. 키리마루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예의 그 송곳니를 드러내고 씩 웃고 있었다. 뭔가 있어 보이는 그 눈빛에 하반 아이들은 반자동 반사적인 키리마루 발령 주의보가 머릿속에서 작동되는 것을 느꼈다.
"거, 거지 분장이라면 어떤..."
"후후후, 내 사복처럼 이렇게 옷을 기워 입는 거야!"
키리마루는 자신있게 어깨가 기워진 자신의 사복을 내밀었다. (언급하지 않았지만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방은 란타로와 키리마루, 신베의 방이었다. 평소에 회의를 진행하는 쇼자에몽의 방이 이스케의 부모님이 보내 주신 염색 천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키리마루의 옷을 살펴보던 산지로와 토라와카, 란타로와 키산타는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그러나 잠시 팽팽 돌아가던 쇼자에몽의 머릿속에 순간 스치고 지나간 '거지 분장' 의 커다란 결함에 대하여 쇼자에몽이 입을 열려 했으나ㅡ
"옷을 기워 입으면!"
"저절로 옷 색깔이 많아져서!"
"저, 저기 얘들아ㅡ"
"화려해질 거야!!"
"그럼 눈에 띄겠지!!"
"있잖아 좋긴 한데ㅡ"
"하지만 거지한테는!!!"
"그게ㅡ"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테니까!!!"
"잠깐 내 말좀 들어봐ㅡ"
"눈에 안 띄게 되는 거지!!!!"
이얏호, 하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는 하반 아이들을 바라보며 쇼자에몽은 이마를 짚었다. 바느질은 내가 할 수 있다는 산지로와 헤이다유에 이어서 부모님께서 그렇잖아도 염색한 천을 많이 보내주셨다며 흥분하는 이스케, 그리고 그럼 돈까지 아낄 수 있는 거네에?! 하며 동전동공을 만드는 키리마루를 보니 쇼자에몽은 덴시치와 사키치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지는 것만 같았다.
- 그니까, 하반이 거지 분장을 하겠다는 얘길 들으면 이반 애들이 우릴 무시할지도 모른다구....
다른 아이들이 하도 들떠 있었는지라, 쇼자에몽은 눈물을 머금고 오케이 싸인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아까 자신의 손을 잡고 하반이 무시당하는 게 싫다고 말했던 주제에 덩달아 들떠 있는 단조를 보자 왠지 심경이 꿀꿀해지는 듯했다.
* * * * *
"히코시로오ㅡ"
"아, 쇼자에몽. 왔어? 어서 앉아!"
쇼자에몽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얼굴로 히코시로의 방을 찾아왔다. 히코시로는 공부를 하던 중이었다. 그 옆에 깔린 방석 위로 쇼자에몽은 엎어졌다. 반쯤 감긴 눈으로 뺨을 방석에 대고 있는 쇼자에몽을 보며 히코시로가 물었다.
"하반은 회의 끝났어?"
"엉. 끝났어."
"뭐 하기로 했는데?"
"거지."
"엥?"
"거지 분장 하기로 했어."
쇼자에몽은 입을 벌렸다 다물었다. 히코시로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쇼자에몽을 바라보다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거지 분장? 거지 분장이란 말이야? 푸하하하하!!!!"
- 무시당할 거라곤 생각했지만, 히코시로한테까지 무시당하다니 기분 최악이야.
쇼자에몽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웃지 마, 히코시로. 그러는 이반은 뭘 하기로 했는지 말해."
"푸하하, 하하하하, 이것도 우연의 일치려나? 이반은 '착한 아이들' 을 하려고 했거든! 거지한테 적선을 한다거나ㅡ"
"....거지한테 적선?!"
"그래!!! 그럼 하반이 거지 분장해서 동냥하고 이반이 적선하면 되겠다!!! 학년별로 해도 좋은 점수 나올 거야!!!"
"..............................ㅠ"
밖에서 쇼자에몽과 히코시로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단조는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가 하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기숙사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쇼자에몽을 대표로 웃음거리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왕에 할 거면 목숨 걸고!!! 6학년 선배들보다도 멋지게!!!! 해보자고 기를 돋울 참이었다.
- 체, 적선하는 역할보단 거지 역할이 훨씬 더 재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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