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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의 시작의 단> 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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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올캐러]
5학년의 전원집합의 단
by. 카루린다카렌
6학년 기숙사 지붕을 뛰어넘은 두 형체는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한 건물의 방문 앞에 멈추어 섰다. 형체 중 하나가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두들기자 방 안에서 잔뜩 긴장한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암호는?"
"여우가면."
문이 열렸다. 라이조와 사부로는 방 안에 모여 정좌해 있는 헤이스케, 하치자에몽, 칸에몽의 진지한 얼굴을 차례로 돌아보고는 방 안으로 잽싸게 기어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사부로가 날카로운 눈으로 밖을 한 번 흘긋 쳐다보고는 기척 없이 문을 닫았다. 방문 밖 마루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조용했다.
"정보는?"
사부로와 라이조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헤이스케의 물음이 떨어졌다. 사부로는 입을 가렸던 두건을 풀며 대답했다.
"라이조가 말한 대로야. 원장선생님이 또 무슨 일을 꾸미신 게 틀림없어."
"6학년 위원장을 두고 있으면 이럴 때 편리하군."
칸에몽은 알사탕을 물고 있어 볼록한 볼을 톡톡 만지작거렸다. 흔들거리는 호롱불의 심지를 돋우며 라이조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패션쇼를 하는 것 같아."
"패션쇼? 우리 오리엔테이션 때 했던 거?"
"그것보다 더 눈에 띄는 뭔가가 필요해. 타치바나 선배가 말씀하시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눈에 띄되 눈에 안 띄어야 한댔어."
"...근데 생각해보니까 너네 선배들한테 안 들켰냐? 대단하다."
라이조는 고개를 으쓱하며 다시 이었다.
"나도 몰라. 어쨌든 이번 대회는 학년경기고, 팀은 반별이라는 것까지 알아 왔어."
"위원회별도 아니고 학년별이면서 반별이라고??"
"그래. 헤이스케랑 칸에몽이 같은 팀이 되고, 너랑 나랑 사부로가 같은 팀이 되는 거지."
"근데 어떻게 학년경기를 해?"
"준비는 팀 단위로 하되 성적은 학년으로 매기겠다 이럴 모양이야."
"그래서 선배들은 무슨 부부 컨셉으로 간다 어쩐다 하시던데."
사부로가 뒤이어 설명하자 헤이스케의 표정이 마치 길 가다 마키노스케 만난 것마냥 변했다. 부부 컨셉 할 생각이거들랑 두부지옥을 맛보여 주겠다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헤이스케에게 칸에몽은 안심하라는 듯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런 헤이스케와 칸에몽을 골똘히 바라보던 하치자에몽이 사부로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날짜가 언젠지는 알아?"
사부로는 고개를 저었다. 원장 선생님의 생각이니까 당장 다음 주에라도 시행하지 않을까, 하는 칸에몽의 대답에 모두들 짧은 신음 소리를 내었다. 위원회 경기라면 몰라도 학년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이번에는 꽤나 중요한 문제였다. 항상 6학년의 캐릭터 파워에 치이고 4학년의 아이돌 파워에 치여서 5학년은 순둥이들 같다는 평을 듣는 터였다. 쿠쿠치 선배의 무기는 두부야? 라고 이스케에게 묻던 타카마루를 떠올리자 헤이스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헤이스케는 바닥을 탁 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리 5학년이 6학년을 이기고 우승해야 해! 그러니까 지금 당장 방으로 돌아가서 자기 팀하고 얘기 나누고 아침시간에 다시 모여서 회의하자. 동의?"
"좋아." / "그래." / "동의." / "찬성."
모두의 동의가 이어지고 다섯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사부로와 라이조가 방으로 갈 준비를 하는 동안 하치자에몽은 눈에 띄지 않게 헤이스케의 손을 잡고서 눈짓을 해 보였다. 헤이스케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치자에몽의 어깨를 툭툭 쳤다. 곧 5학년 로반의 세 명은 문을 열고서 스윽 빠져나가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칸에몽."
"왜?"
"여장이나 부부 같은 것만 빼고 생각하자."
"선배들이 하니까?"
"아니. 타케야가 싫어해."
* * * * *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묘시가 되자마자 헤이스케와 칸에몽의 방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있던 5학년 다섯은 헤무헤무가 치는 종 소리에 문을 열었다. 우라산 너머로 부옇게 햇빛이 새어나며 아침을 열고 있었다. 그때 5학년 기숙사 앞으로 코헤이타와 몬지로가 슥 나타났다. 갑작스런 선배들의 등장에 5학년들은 다소 당황한 얼굴을 해 보였다. 선배 둘은 실눈을 뜬 채 직속 후배들을 훑어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ㅁ...뭐....뭡니까? 시오에 선배, 나나마츠 선배?"
"아니야. 사소한 건 신경쓰지 마!!"
"그, 그래도 선배들이 갑자기 나타나시면 무섭단 말이에요;;"
"왜?? 아아, 니들 패션쇼 회의 하는구나?"
히이이이이익.
사부로와 라이조가 서로 마주보며 응가 마려운 강아지처럼 쩔쩔맸다. 코헤이타는 호탕하게 웃었다.
"선배들이 그거 하나 눈치 못 챌 것 같냐!!!! 뭐 알아서는 안 되는 걸 안 것도 아니고, 알았으면 준비 잘해 봐라."
"정보 캐낸 건 칭찬해 줄 일이지 혼낼 일이 아니야. 혼나야 될 건 우리 중에 목소리가 제일 컸던 용구위원장 놈이지."
몬지로가 덧붙이며 씽긋 미소짓자 5학년들은 겨우 안도했다. 사실, 저 단련바보 회계위원장이 자신의 말을 누군가가 엿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면 기합을 받고도 남을 일이라고 생각했던 터였다. 사부로는 웃으며 라이조의 머리를 헝클었다. 정전기가 일었다.
"그럼 우리들은 다들 밥 먹으러 올 시간에 패션쇼 공지를 할 생각이니까, 너희들도 늦지 말고 와라."
"예! 시오에 선배, 나나마츠 선배!"
몬지로와 코헤이타가 사라지자 5학년 다섯 사람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 진짜 간 떨어질 뻔했네. 6학년 선배들은 솔직히 5학년이 됐어도 무섭다니까."
"오죽하겠냐."
"후.....그래서 본론으로 돌아보면, 우리는 뭘 하기로 결정한 거야?"
"칸에몽 아이디어로 하자. 그게 진짜 괜찮은 것 같아."
"팀전이니까 팀별로 변장해도 괜찮은 거 맞겠지?"
"그렇겠지."
그때 닌술학원을 뒤흔들 만한 거대한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5인은 깜짝 놀라 고함에 귀를 기울였다. 두 개의 목소리가 섞여 있는데 하나는 몬지로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토메사부로의 것이었다. 누가 니 맘대로 식당 정문에 포스터를 써서 붙이랬냐 토메사부로!!!!!! 그럼 네놈은 오는 애들마다 일일이 붙들고 말할 생각이었냐!!!!!!! 한 사람한테 전하면 정보 전달 과정도 볼 수가 있잖아!!!!!!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해!!!!!! 아침부터 정말 민폐 아닌 민폐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뢰와 같은 보록화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필경 저 둘의 고함을 참다 못한 타치바나 선배의 행각이리라 짐작한 5학년 다섯 사람은 보건위원장인 젠포우지 선배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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