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마이사

- 몬센

 

 

 

 

 

 

 

 

 

 

 

 

 

[6학년 올캐러]

패션쇼의 시작의 단

 

by. 카루린다카렌

 

 

 

 

 

 

 

 "이사쿠군, 가서 몬지로군 불러와."

 

 

 

6학년들은- 아니 몬지로를 제외한 6학년들은 모두 원장실 안에서 원장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일렬 횡대로 앉아 있었다. 좌측에는 야마다 선생님과 도이 선생님이 정좌해 있었는데, 또 원장 선생님이 뭔가 생각한 것이 있어서 불러모은 듯했다. 이사쿠가 얼결에 네, 하며 일어서자 토메사부로는 함께 다녀오겠다며 덩달아 일어났다. 너는 앉아 있으라는 원장선생님의 말에 토메사부로는 그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지만, 시선은 문을 열고 나가는 이사쿠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문이 닫히는 동시에 토메사부로는 속이 메슥거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콰당.악!!!!!!!! 요란한 비명소리가 문 밖에서 울렸고 도이 선생님이 황급히 일어나 나갔다. 그러니까 같이 다녀오겠다고 했잖아요, 하아.

 

 

 

한참 뒤 문이 열리더니 잔뜩 기합이 들어간 표정의 몬지로가 나타났고, 뒤이어 도이 선생님이 이사쿠를 끌고 들어왔다. 토메사부로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오른쪽 손바닥이 까진 이사쿠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이사쿠는 쑥쓰러운 듯이 하하, 하고 조그맣게 웃어 보이고는 그 왼쪽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토메사부로가 상처입은 이사쿠의 오른손을 확 잡아당기는 바람에 이사쿠는 균형을 잃고 토메사부로 쪽으로 넘어졌다. 얼떨결에 이사쿠를 기대 안은 토메사부로는 당황하며 이사쿠의 손을 놓았다.

 

그때 원장이 헛기침을 했다. 6학년 전원의 허리가 곧게 펴졌다.

 

 

 

 

"그래, 다 모였군. 자...... 그래서 너희 6학년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은 이유는."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이 흘렀다.

 

 

 

 

 

 

 

 

 

"패션쇼를 열기 위해서다."

 

 

 

 

 

 

 

 

 

 

 

네?

 

쵸지가 나지막하게 침묵을 깼다.

 

 

 

 

"ㅍ....패션쇼라뇨.....원장 선생님.....?"

 

"말 그대로의 패션쇼다!!!! 가장 화려하게 꾸미고 나온 사람에게 1등 상품을 수여하겠다!!!!!"

 

 

 

센조가 어색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화려함이란 것은 닌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닙니까? 닌자란 자고로 눈에 띄지 말아야ㅡ"

 

"바로 그거다, 6학년 이반 타치바나 센조! 닌자란 자고로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 것. 때문에 숨어야 할 때 화려하게 입고 있으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그 사람이 닌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테지! 이것이 바로 역을 찌르는 역공법이다!"

 

 

6학년들은 전부 눈썹을 일자로 만들어 보였다.

 

ㅡ 아.

     그러셔요?

 

 

 

"... 그것만 있는 게 아냐. 누가 가장 빨리 닌자복에서 패션쇼 옷으로 갈아입는지도 볼 거다. 이것도 중요해!!!!!"

 

 

 

이사쿠와 토메사부로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확실히, 그건 중요했다.

머리를 긁적이던 몬지로는 한숨을 한번 푹 내쉬더니 입을 떼었다.

 

 

"대회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저번처럼 위원회별로, 아니면 학년별-"

 

"학년끼리 하되 같은 반을 팀으로 진행한다."

 

 

6학년 전원의 입에서 으억?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언제나 대회는 같은 학년 혹은 위원회끼리 진행했기에, 같은 반으로 진행하는 교내대회는 상당히 드물었다. 토메사부로는 인상을 쓰며 이사쿠를 돌아보았다. 이사쿠는 어깨를 으쓱였다.

 

 

 

"성적은 학년으로 낼 것이지만 준비는 반을 팀으로 해서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말하자면 패션쇼 성적은 학년별로 매겨지지만 준비는 팀별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준비하더라도 같은 학년 다른 팀이 어떻게 진행하는지 상세하게 알아둬야 한다. 6학년만 불러서 이야기하는 건 이 일이 얼마나 빨리 교내에 퍼지느냐를 통해 6학년의 정보전달 능력을 시험하기 위함이다. 알겠나, 제군들?"

 

"......네에."

 

 

언제 그렇게 생각을 해 두었는지 원장 선생님의 입에서는 멈추지도 않고 술술 계획이 흘러나왔다. 6학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겨우 입술을 우물거리며 대답을 했다. 야마다 선생님과 도이 선생님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듯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 *

 

 

 

 

원장실에서 나온 6학년들은 6학년 기숙사 건물을 향해 걸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아ㅡ 나는 패션쇼 같은 건 딱 취미가 아닌데 말야."

 

"나도 그래. 난 운동회가 더 좋다고."

 

 

코헤이타의 말을 몬지로가 받았다. 몬지로는 뭔가 심기가 불편한 기색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패션쇼라니, 오리엔테이션 때처럼 서양 복장이라도 해야 하느냔 말이야."

 

"그거 괜찮은데? 귀족 부인 옷은 어때?"

 

"....센조. 너랑 내가 같은 팀이라는 걸 기억해라."

 

"걱정 마,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치마는 입지 않을 테니까."

 

"야! 센조!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당연히 여장을 해야지!"

 

"....죽고 싶냐, 토메사부로."

 

"........중얼중얼......."

 

"응? 쵸지 뭐라고?"

 

"여장을 해도 괜찮은 건가."

 

"엑!!!! 설마 쵸지 너 여장할 거냐!!!! 그럼 난 어떡하라고!!!!!!"

 

"이참에 딱 부부 컨셉이면 어때. 이반은 센조가 여장하고 로반은 쵸지가 여장하고 우리 반은 이사쿠가 여장해 주면 되겠네."

 

 

 

 

토메사부로가 이사쿠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씩 웃자 몬지로가 얼굴이 붉어진 채 말을 더듬으며 맞받았다.

 

 

"부, 부, 부부라니!!!!! 이건 컨셉쇼가 아니라 패션쇼다, 용구위원장!!!"

 

"누가 뭐래, 여장해도 괜찮으면 그렇게 해도 좋겠단 얘기잖아? 그리고 기억해야 되는게 점수는 학년별로 받는다고! 마침 우리는 서로 둘둘둘이니까 이렇게 하면 시너지 효과도 나고 좋지 않겠냐 이거지!!"

 

".......으..........."

 

"그건 토메사부로 말이 일리가 있긴 해."

 

"코헤이타 너까지....!!"

 

"뭐야 그래서 하자는 거야 말자는 거야?"

 

"아까 센조 넌 치마는 안 입겠다며?"

 

"쟤 말 들어보니까 그것도 그럴 듯해서 그런다. 부부 컨셉이면 사람 속에 섞여있어도 눈에 띄면서 눈에 안 띄고 좋겠네. 물론 여장하는 쪽이 반드시 나라고 생각하지는 마, 몬지로."

 

"세엔조오......"

 

 

 

 

 

어느 새 기숙사 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6학년들은 서로를 돌아보다가 동시에 한숨을 파아 하고 내쉬었다. 부부 컨셉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하고 있는 스스로들이 꽤나 바보같이 느껴졌다. 벌써 밤이었으므로 하급생들은 아마 지금쯤 씻고 이미 이불을 폈을 것이었다. 이 소식을 닌자학원 전체에 알리는 것은 일단 다음날 아침식사 시간에 하기로 하고, 6학년들은 일단 각자의 방에서 팀원과 이야기를 나눈 후 다음날 기상하자마자 몬지로와 센조의 방에 모여서 회의를 하기로 하였다. 저마다 방으로 들어가며 서로에게 굿나잇 인사를 보냈다.

 

토메사부로는 이사쿠가 들어오도록 문을 잡고 있다가 닫았다. 이사쿠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으어ㅡ하는 소리를 내더니 풀썩 쓰러졌다. 토메사부로는 씩 웃으며 으아! 하고 기합을 지르고는 이사쿠의 몸 위로 엎드려 쓰러졌다.

 

 

 

"....장난기가 너무 많아, 토메사부로는."

 

"내가 뭘?"

 

"여장해서 부부라니... 그냥 토메가 하고 싶었던 거 아냐?"

 

"그런 마음 반....진심 반.....?"

 

"하아, 큰일이네. 난 여장 잘 못하는데다... 내 불운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해ㅜ.ㅜ"

 

"쿠노이치랑 타카마루 씨한테 좀 해달라고 하면 되지 뭐. 아, 4학년이라 좀 그러려나."

 

"....역시 그냥 평상복 입는 건 어때?"

 

"싫어, 평범하잖아. 6학년은 모든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위원회 대회였다면 용구위원회가."

 

"못 말려."

 

"하, 이사쿠.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응?"

 

 

 

토메사부로는 상반신을 일으키더니 책상에 켜져 있는 등잔불을 훅 불어 껐다. 잠깐, 아직 이불도 안 폈......!!!! 이사쿠의 목소리는 이내 토메사부로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먹히고 말았다.

 

 

 

 

 

 

* * * * *

 

 

"좋아. 정보 수집 완료, 가서 애들한테 알려."

 

 

 

 

 

6학년 기숙사의 담장을 뛰어넘는 두 형체가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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